月村戀歌....

이미지게시판

月村戀歌....

5 독락[獨樂] 6 2,971
오래된 사진 한장...

언젠가 꽤 오랜동안 "사라지는 것들"에 대해 견딜수 없이 힘겨워 하던 때가 있었습니다.

사라져 가는 기억들... 사라져 가는 사람들... 사라져 가는 풍경들...

어쩌면...

그때 느꼈던 안타까운 마음들이...

내게 사진이란 값지고 의미 있는 "꺼리"를 제공해 주었고, 지금까지도 무언가 담아내고, 이어가야 한다는 부담스럽지 않은 강박관념속에 스스로를 옭아 매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한 연유들로 머지않아 사라져 버릴 풍경들을 찾아 꽤나 헤메고 다녔고, 이젠 그러한 풍경들을 사진으로밖에 접할수 없다고 생각하면... 그 사진들이 그토록 값지게 느껴질수가 없습니다.

지난시절... 개발이란 키치프레이즈 아래 얼마나 많은 우리의 기억들, 흔적들이 포크레인과 불도져 앞에 밀려나고 사그라 졌는지...

이젠 그 자리에 지난 시간들이야 어땠건 말건 반듯 반듯 번쩍이는 높다란 고층건물들이 퍽이나 거만하게 주인행세를 하며 서 있습니다.

기억은 기억으로 존재할때만 의미있는것이라는 사실도... 그 기억조차 어떤 기억위에 쌓이고 덮여져 존재했었다는 것도 모두 알고 있지만...

내 눈에 드리워졌던 풍경들이... 이제는 거짓말 처럼 그 흔적조차 찾아볼수 없게 사라져 버렸다는 것은 어찌하였거나 가슴 찡하고 한편으론 서럽기까지 한 속상함 입니다.

잊혀져 가는 옛것을 찾겠다며 산으로 들로 뛰어다니는 동안... 정작 동시대의 내 삶의 흔적들은 이미 하루 하루 사라져 가고 있다는 사실을 망각하며 살았습니다.

그러한 모자람에 대한 자각과 조금의 모순에 대한 반성으로 손에 닿을수 있는것들에 대한 사랑을 다짐했던적이 있습니다.

머지않아 삐까뻔쩍한 아파트가 들어서 한참 아래의 인간세계를 버르장머리 없이 내리꽂아 바라볼 이곳....

구불 구불 삶의 흔적들을 걷어 내고 어줍지 않은 풀무더기 몇개 심어 놓고 거창하게 "조경"이란 말로 뒤덮힐 이곳...

인간의 행위적 삶 그자체보다... 어디로 부턴가 옮겨온 머리속의 이상적인 삶을 향유하기에 더할나위 없이 좋을것만 같은 그런 동네가 만들어질 그곳....

그 기억과 흔적들을 모아두어 언젠가 과연 우리가 가고 있는 그 방향이 맞는것인지... 생각했던 대로 "참"의 명제를 맞추어가고 있는 것인지 한번쯤 곱씹어 보고자 했었습니다.

지금 이곳은 빽빽히 들어선 아파트들로 인해 과연 이 사진이 정말 이땅의 사진이었는지 조차 의심스럽게 할 터 입니다.

하지만 눈을 감으면 아직도 내 귓가엔...

시원하게 웃으며 뛰어가던 아이들의 웃음소리와, 뒷집아주머니의 걸걸한 노랫소리, 아랫집 할아버지의 가래낀 기침소리, 담장위 양지바른곳에서 꾸뻑 거리는 고양이의 오수가 선명하게 그려집니다.

대전 선화동에서....

獨樂... 

Author

Lv.5 5 독락[獨樂]  실버
15,900 (31.6%)

독락[獨樂] http://www.cyworld.com/dokrak

Comments

24 ★쑤바™★
오늘 글은 꽤나 기네..ㅋㅋ 
16 초롱소녀
정말 멋져보여요...^^ 
6 늘 처음처럼
은근히 기다려지고 중독이 되어 간다는거 아세요?
ㅋㅋㅋ
멋있어요..
 
5 루달스
추억의 흑백사진...멋집니더~~~~~ 
7 하늘공주
독락님 사진은 언제봐도 예술이에요~
사진 밑에 설명도 시적이고 감동있고 조아요...ㅋㅋ
나중에 토맥에 올린 사진들 모아서 책한권 내세요~
전 공짜로 주시고요~ㅋ 독락님 사진 올라오길 기다리는 팬이에요 ㅋ
캬~ 싸인해 주세용~ emoticon_004 
15 윤찡
카~~~~~^^ 
Banner
Facebook Twitter GooglePlus KakaoStory NaverBand